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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Travel)/경주남산

경주 남산을 찾아서(5)


 





우리의 전통명절 한가위다.

KTX 열차가 개통되어 이제 서울에서 경주까지 한걸음에 달려올수 있다. 시간은 2시간 남짓 소요된다

새벽녘에 일어나 서울역으로 곧장 가서 5:30 경주행 ktx를 탔다. 고향을 그리면서 잠깐 잠이들다 깨어나니 벌써 대구근방까지 와있었다. 창가를 보며 익어가는 벼와 농작물들을 살펴보다 보니 어느새 열차는 신경주역에 도착한다.

선친 산소에 성묘가기 위해 고향집을 찾아가는 도중 남산 기슭에 자리잡은 삼릉에 잠시들러 솔향기에 취해보며 먼 시간여행을 떠나보기로 한다.
 
중학교때, 고등학교때 사춘기 시절, 이유없이 방황하던 그시절 이곳에서 술마시고, 춤추고 , 미래를 고민하고 대학교 입학시험을 위해 정신없이 살아야 했던 학창시절의 불만을 토해내고 푸념했던 그 시절이 아련 그린다.

어린시절, 학창시절, 사춘기시절의 추억이 서린 이곳 삼릉 솔밭.....


최근에 사진작가 배**씨가  이곳 삼릉의 소나무를 촬영한 사진이 엘톤존에게 바싼값에 팔려나가면서 이곳이 사진가들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 같다.

특히, 안개가 끼는 날이면 이른새벽부터 많은 사진작가들로 북적거리기도 한다.
물론 세상에 많이 알려져갈수록 옛시절 한적했던 시골의 소나무 숲의 신비감은 점점 더 퇴색되어 갈 것이다.
자연을 보호해야 한다는 모두의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으면 언젠가는 이곳도 쓰레기, 소음 등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게 될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사태가 오지 않도록 미리 미리 준비해야 할 것이며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살아 있는 노천박물관으로 불리는 경주남산을 귀하게 보존해야 하겠다는 마음가짐일 것이다.


초가을 날이라 그런지 안개가 보이지 않는다. 재잘거리는 새소리가 천상의 선녀목소리처럼 신선하게 내 머리속을 파고든다.
저 만치 멀리 다람쥐, 청솔모들이 아름드리 소나무를 타고 다니면서 이방인을 호기심과 경계심을 갖고 쳐다보는구나

가까이 다가와서는 후다닥 달아나는 것이 내가 어떤 사람인가를 테스트하는 것처럼 느켜진다.
조용히 솔향을 맡고 있노라면 청설모 몇 마리가 주위를 둘러싼다. 그러나 내가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후다닥 도망가면서 뒤돌아 나를 계속 주시한다.

이들에게는 내가 나쁜 사람은 아닌걸로 판명되었나 보다. 사진기와 삼각대를 들고 소나무숲 이리저리를 거니는 동안 항상 주변에서 친구가 되어준다.
 
내가 촬영하고자 하는 바로앞 소나무에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나의 관심을 유도하는 것일까? 놀아줄 친구가 그리운 걸까?
아니면 내 사진의 모델이 되어 주려는 것일까?


나는 청솔모들이 노는 것을 재미나게 바라보면서 나에게 좋은 느낌을 주는 소나무들을 내 카메라 프레임에 그려넣는다.
운이 좋았는지, 이 친구들이 소나무에 앉아서 노는 모습이 필름에 담겨졌다.

솔방울을 줏어 이들에게 던져주고 이들이 올라가 있는 소나무를 손으로 살짝 흔드는 장난도 좀 쳐주면서 놀아준다.
조금의 시간이 지난뒤 카메라와 삼각대를 가방속에 집어넣고 남산을 오르기 위해 상선암쪽으로 조용히 발길을 옮긴다.


(클릭하면 사진이 커집니다)
biogon 53mm, 6 x 9 Format, t-max 100


 




 





 항상 그러하듯이
소나무 숲에서 상념에 잠기고 마음을 깨끗히 한다.

그리고 상선암쪽을 향해 서서히 올라간다. 내가 마치 1,000년전 이길을 따라 암자로 올라가는 스님이라는 생각을 품고서........

솔향기를 맡으면서 계곡길을 걸어 올라가다 보면 새소리도 간간히 들려온다.
등산객을 위해 간간히 나무로 인공계단을 만들어 놓은 곳이 보인다.
내가 올라가는 길은 남산을 올때 마다 항상 가는 그 길이다. 이길로 쭉 올라서 상선암까지 가야한다.

한참을 가다보면 목이 부서지고 없는 부처상을 만나게 된다.
삼릉계 석조여래좌상이라고 불리고 있으며, 웃주름이 유려()하여 통일신라시대의 우수한 불상으로 평가되고 있다.




위 석조여래좌상을 뒤로하고 조금 더 올라가다보면
옆으로 빠지는 길이 나오는데 이길을 따라 가면 큰 바위덩어리를 만날수 있다.

이끼가 낀 바위 표면을 자세히 살펴보면 음각으로 제법 깊이 그림이 새겨져 있음을 알수 있다.부처상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 것을 볼수 있다.

일명 선각 육존불이라 불리어진다.




선각육존불 바위 옆으로 조금 더 올라가면 큰 수직바위에 아주 수수한 서민차림의 부처상이 음각으로 새겨져 있는 것을
볼수 있다.

어찌보면 술에 취해사는 파계승의 모습도 상상되는 듯 하지만 보통 서민들의 모습에 더 가깝게 느켜진다.
연좌대 위에 앉아 있는 모습이 조금 멀어서 얼굴모습이 잘보이지 않지만 집중하여 바라보면
편안하고 기품있게 웃고 계시는 분을 볼수 있을 것이다.

일명 선각여래좌상이라고 불리어지고 있다.





 바위에 앉아 내남들을 바라보면서 상념에 잠기다, 등산화 끈을 조이고 다시 상선암쪽으로 올라간다.
구슬땀을 흘려가면서 제법 많은 계단을 밟고 올라가면 조그만 암자를 만날 수 있다.
여기서 바가지로 물한모금떠서 목을 적시고, 바위에 걸터 앉아 걸오온 쪽을 뒤돌아 보면 아름다운 선경이 나타난다.
조용하면서도 공기가 좋고, 바람이 솔솔불어주는데다 아주 미약한 햇살이 얼굴을 간질러 준다.

바로 옆에 놓여진 큰 바위 옆으로 올라가면 깍아지는 절벽같은 바위에 새겨진 큰 규모의 부처님상을 볼 수있다.
바로 마애석가여래좌상이다.
이부처님이 바라보고 있는 곳은 내남면 소재 이조들녘이다 . 한때 내남의 큰 곡창지대였으며 지금도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 여행자들이 들녘을 배경으로 부처님을 사진기에 담지만, 나는 반대로 산정상쪽을 배경으로 부처님을 담아 보았다.
아주 강인해 보이면서도 여인네의 섬세함까지 갖추고 계신것처럼 느켜진다.

찝찝한 눈을 비벼가며 불경책을 읽으시던 노므의 곁에서 몇 마디 줏어 들었던 나무 관세음보살, 나무관세음보살을  몇 번 되내외면서  두손을 모아 합장하고 절을 하면서 나의 간절한 소원을 빌어본다
깊게 감은 눈을 뜬다 그리고  뒤돌아서서 또 산정상을 향해 올라간다.


굵은 땀방울을 한참 쏟아내고서야 금오산 정상에 다다를수 있다.
정상에서는 이제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 지를 정해야 한다.
그리고 해가 저물때가지는 신선암과
칠불암에 도착해야 하는 것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아무리 시간이 촉박하더라도 여기까지 와서 용장사 삼층석탑을 보지 않고 갈 수는 없지 않겠는가?
여기서 잠깐의 번민이 생긴다. 코스를 정하기가 쉽지않다.
그러나 이미 마음속에는 용장사지를 가야한다는 신념이 자리를 차지 하고 있었다..

흙길과 돌길을 번갈아 걸으며
조심조심 바위를 밟고 한걸을 한걸음 내려가다 보면
무너진 석탑들과 기초로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되는 주춧돌이 나뒹굴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이들을 밞고 지나가기도 해야 한다.

한참을 내려가면 아담하고 양지바른 곳에 아듬한 석탑이 다소곳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용장사지 삼층석탑이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이라 할 수 있다 산정상의 바위를 기단으로 삼아 석탑을 쌓았기에 산전체가 석탑의 기단이라 할 수 있으며 산전체가 석탑의 주춧돌이라 할수 있겠다.

그러므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탑이 되는 것이다.






용장사 삼측석탑을 바라보면서 고개를 약간 들어서 더 멀리 바라다 본다.

저 들녘에서 경운기와 농부가 분주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눈에 그려진다.

그리고 잠시 과거로 돌아가본다  볏단을 묶고 계시는 선친의 모습도, 호미로 무우밭을 메고 계시는 노모의 모습이

아련히 보인다. 선친은 나에게 서울생활이 어떻냐? 힘들지 않느냐?  밥을 잘 먹고 사느냐? 등을 물으신다.

더 멀리 바라보면 선친이 누워계신 묘소가 눈에 보일 듯 말듯 가물거린다. 희뿌연 날씨로 인해 눈으로 보기보다는

마음의 눈으로 으로 보아야 할 듯 하다.

용장사지를 지나 칠불암쪽으로 발길을 잡는다. 수도 없이 이곳을 왔지만 그래도 길이 나설기도 하구나.

칠불암으로 가기전에 용장사 석탑인근에 있는 목없는 부처상을 만나보고 싶어 조금만 더 내려가 본다.

어떤 연유로 목을 잃어 버렸지만, 참선을 하고 계시는 부처님의 아름다운 모습을 느낄수 있다.



오늘은 지난번 갔던 산정호수길을 택하지 않고 능선을 따라 신선암을 찾아가기로 길을 잡았다.

가파르게 20여분을 올라가서야 능선을 타고 제법 평평한 길을 걸을수 있다. 날이 어두워질수록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가지 소리가 크게 들려오고, 인기척조차 없는 길을 걷다보니 별스런 잡생각이 다 든다.
금방이라도 산짐승이라도 뛰어나오면 어쩌나, 갑자기 귀신소리가 들리는 것 같기도 하고 등에 식은땀이 나기도 하고....

너무 늦게 길을 잡은 것이 후회도 되었다. 산속에 햇살을 금방 시들어 버린다. 등산객들이 이리저리 묶어 붉은 리본을 따라
걸음을 제촉하다.

귀신울음 같은 나무가지 떠는 소리를 들으며 먼 옛냘 고승 원효대사의 해골바가지 전설을 떠올리며 마음을 단단히 먹는다.
모든 소리는 내마음 먹기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콧노래를 불러보며 바위를 오르내리면 걸어간다.

다행이 길을 제대로 들어섰는지 이정표가 나타난다. 신선암방향을 가르키는 화살표나무가 어찌나 반가운지.......
용기를 내어 힘차게 뛰어올라간다. 그래도 햇살이 조금씩 조금씩 숲사이로 비추어 주고 있다. 아직 완전한 어둠은 아니다.

드디어 신선암이 눈앞에 보이듯 하다.
칠불암가는 길로 들어서 신선암을 뒤로돌아서 신선암 정면으로 돌아서는 순간 항상 내마음속에 자애로움을 새겨주시던
부처님이 나를 반겨준다.
합장을 하고 인사를 한뒤  두손모아 큰절을 올리면서 관세음보살을 외운다.

부처님이 바라보고 있는 사바세계의 산과 들녘은 벌써 어둠에 쌓여 가고 있다.
부처님 무릎앞에 앉아서 산속을 헤집고 오면서 간간히 쌓인 두려움을 떨어버리고 마음을 편안하게 다독거려 본다.
맑은 공기를 깊숙이 들어마시기도하고 눈을 감고 잠시나마 명상에 잠겨보기도 한다.

그것도 잠시 이제 또 아쉬움을 뒤로하고 사바세계로 내려가야 한다. 조금 더 늦어지게 되면 어두워 길을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칠불암으로 내려가니 등산객 몇분들이 새참을 먹고 있었다.

떡과 과일을 권하기에 사양치 않고 얼른 고맙게 받아먹고 진심어린 감사의 말씀을 드렸다.

이제사 내모습을 돌아보니 허기가 많이 졌고 입술이 말라 있고 갈증이 심한 상태였다.

암자에 들러 스님께 인사를 드리고 물을 청하니 냉장고에서 시원한 냉수를 꺼내 한사발 건내준다.

공양하라는 말씀을 극구 사양하고 물만 얻어마시고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산을 내려온다. 내가 잠시나마 벗어 두었던 무거운

짐들이 기다리고 있는 사바세계로 다시 들어선다.

대나무숲으로 이루어진 어두운 길을 지나는 순간 이미 나는 속세로 들어선다. 타임머신으로 과거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꿈같은 긴 시간여행을 끝내고 다시 돌아 오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