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Travel)/경주남산

경주 남산을 찾아서(4)

해마다 이맘때는 경주남산을 간다.

몇년전부터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한발 한발을 디디고 올라설때마다 나무관세음보살을 외우며 선친의 명복을 빈다. 일년에 하루만이라도 지난날 불효자의 잘못을
참회하며 바위돌위에 눈물을 흘린다.





자동차 소리도 사람의 소리도 조용히 사라져간다.

이 소나무 숲을 들어서면서 사바세계를 벗어나 불국토로 들어간다.





청초 우거진골에 자난다 누웠난다.
용안은 어디두고 벽골만 묻혔나니.....

아무리 잘난사람이라도 부귀영화를 100년이상 손에 넣을 수는 없다.
양지바른 곳에 조용히 누워 햇살을 즐기는 것이 영원한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은 아닐런지..................

 * 삼릉 : 신라 제8대 아달라왕(阿達羅王), 제53대 신덕왕(神德王), 제54대 경명왕(景明王)의 무덤이 한곳에 모여 있음.

칼바람속에 솔향기가 도망을 가버렸는지....
적막속에 바람소리만 고막을 진동시킨다.

무슨 심정으로 이 넓은 돌에다 그림을 새겼을까?
그마음이 사뭇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가만히 바위에 앉아 찬물 한컵을 들이키고 오르면
조그만한 암자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발길을 조금만 돌려 상선암에 오르면 풍요로운 사바세계의 들녘이 바라보인다.

힘없지만 따스함을 내포하고 있는 햇살을 즐기고 있는 부처님을 만날 수 있다.

내남들녘을 굽어보는 마애불의 온화한 미소에는 중생을 보살피는 그윽함이 묻어나고 있다.

가만 서있기만 하여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은  내가 이미 부처가 되어 가고 있기 때문일까?




아서라 말아라
함부로 부처를 욕보이지 말자
부처는 아무나 되나~

마음이 비툴었는지 똑바로 쓴 탑을 비툴게 그리고 있구나
탑하나 제대로 그리지도 못하면서 부처님 마음을 탐하다니.....
사찰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석탑은 굳건히 1,000년의 세월도 훨씬 지나도록 그 자리를 지키고 있도다.!



오솔길을 따라가면서 불어오는 칼바람과 공포감을 몰고오는 대나무 잎파리 소리...
마음도 영혼도 다 빼앗겨버린 듯한 멍한 상태
이것이 해탈일까? 라고 착각속에 빠져본다.

헐~~~ "냉수먹고 속차려라"고
크다른 냉수한사발을 주는구나 금오산 산신령님이 나에게...........

먼 옛날에도...천오백년전에도.... 천년전에도.... 수백년전에도... 수십년전에도....
이곳을 지나가는 스님들과 불자들은 이곳에서 목을 축이며 잠시 쉬어갔을 것이다.

불어오는 바람소리에 즐거움을 느끼기도 하고, 무서움을 느끼기도 하면서....



구불퉁한 나뭇가지를 지팡이 삼아 옴마니반메훔을 외우며 칠불암을 향해 고개를 오른다.

또다시 사바세계를 내다보게 되는 구나......

거자필반이요, 회자정리라 했던가....

그래도 부처님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뵙고 가야하지 않겠나!



사바세계를 떠나 불국토로 잠시 들어왔으나 몇시간도 채 못 머무르고 다시 사바세계로 돌아가야 하는구나.

이 대나무숲길을 지나 아래로 내려가면 탐욕이 이글거리는 사바세계가 나오니 마음 단단히 먹을 지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