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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Travel)/경주남산

경주 남산을 찾아서(1)




先親忌日 을 맞아 고향을 가는 길에 경주 남산을 찾았다.

그전 부터 천년 불교왕국을 찾아 간다는 계획만 있었지 흐지부지 하기를 몇 번.....도저히 시간이 날 것 같지 않기에 고향을 가는
 
길에는 꼭 들러보기로 마음을 굳게 먹었다.

강남터미널에서 심야고속을 타고 경주로 달리는 버스에서 잠을 잤다.

돌아가신 선친의 모습이 떠올라 내내 잠을 뒤척이다가 대전을 지나서야 조금 잠이들었다. 경주터미널에 도착하니 새벽 4:00가

조금 지나고 있었다. 아침 6:00 정도 되어야 버스가 움직이니 그동안 나이트클럽주변 해장국집으로 가서 요기를 하고 뜻뜻한
 
아랫목에서 몸을 녹이면서 잠시 졸아본다. 새벽일을 나가는 인부들이 나를 힐껏 힐껏 쳐다보며 거친 경상도사투리로 막 떠들어
 
댄다. 잠도 잘오지 않고 해서 담배만 연거푸 몇 대 피우고 만다.

오늘따라 겨울날씨는 유난히도 춥다. 등산복을 단단히 입고 왔지만 등산에 별로 용기가 나지 않는다.....후레시, 지팡이를 점검

하고 밥값을 계산하고 밖으로 나오니 어슴프레한 거리로 사람들이 한 두명 걸어다니고 버스가 간혹 눈에띤다.

통일전으로 가는 버스를 올라탄다....40분 정도 갔을까 ....통일전앞에 내리는 사람은 나 밖에 없다.

어두어 길이 잘보이지도 않지만 후레시로 이리저리 샛길을 찾아 이동하며 등산코스를 확인해본다.

서출지 위치를 파악하고 칠불암으로 올라갈 수 있는 등산로를 찾기를 30여분....드디어 마을사람들이 한두명 보인다.

주민들에게 등산로를 확인하고 솔밭길을 올라간다. 토함산 정상이 서서히 밝아지기 시작할때 쯤 나는 짙은 솔향을 맡으며

남산기슭을 벗어나고 있었다.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고 새소리만 간간히 들려오고 세찬바람에 흔들리는 대나무 소리가 공포감을 안겨준다.

마치 귀신 울음소리 같이 느껴진다. 금방이라도 입에 피를흘리는 구미호가 앞에 떡 나타날 것만 같다.

무서움이 몰려들수록 손이 자꾸만 담배를 찾게 된다. 산불조심 기간인데~~

뒤돌아 서서 크게 야~호~~를 연거푸 3번 외쳐본다..아마 이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미친놈 아닌가 생각할 지도 모르겠다.

원효대사의 해골물 생각도 해보고...병마에 시달리시던 선친의 모습도 떠올리고...내가 살아갈 앞길도 걱정해보고....

젊은 시절 한이 쌓인 직장생활도 생각해보고.....

사바세계의 골치아픈 생각을 하자 무서뭄이 사라지고 오히려 산천초목이 나를 무서워 할 만큼 독기만이 나를 감싼다.

어~이게 아닌데....마음을 가라 앉히려 불국토를 찾아 왔건만....내 청춘을 갉아먹은 사회생활만 생각하면 나도 모르게 온 몸에

분노가 치솟는다.

잠시 바위에 앉아 조용히 마음을 가라 앉힌다. 진한 솔향내가 코끝에서 맴돌며 타향에서 쌓인 분노와 울분을 싹혀준다.

역시 고향은 나를 포근히 나를 감싸주는구나~~

늘씬하게 하늘을 향해 솟은 굵은 소나무를 바라보며 얼마나 많은 중생들을 보다덤어 주었을까? 라고 질문해본다.

아마 천년전 신라의 고승들도 이길을 걸어 올라가며 솔향을 맡으며 오솔길과 소나무를 벗삼아 마믐을 달랬을 것이다.

구불 구불한 길을 따라갈수록 아름드리 큰소나무들이 많이 나타난다. 진한 솔향에 취해가면서 서서히 머리가 맑아지고

정신이 거울처럼 깨끗해지는 것을 느낀다....미움도, 욕심도, 사랑도, 번뇌도... 모두 잊고 조용히 산길을 오를 수 있어 너무 좋다.

대나무숲으로 만들어진 동굴같은 길을 보니 좀 무섭기도 하지만  잃을게 없는 나자신이 용기가 된다.

컴컴한 대나무숲을 통과하여 돌계단을 오르니 탁 트인 공간이 나타난다.  바로 칠불암이라는 조그만 암자가 나타난다.

아침 햇살이 이곳 마당에 모여들기 시작하는 구나...그런데 인기척도 없다...

나즈막한 소리로 몇 번 불러 본다.  "저기요 나 좀 봅시다"~  한참후 여자보살님이 나타난다. 합장을 하고 인사를 드린다.

남산을 넘어 삼릉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면서, 따뜻한 엽차를 청해본다/ 잠시후 대추를 넣어 끓인 따뜻한 물을 한 사발이나

건네준다. 호호 불어가며 한사발을 다 마셔버린다/ 밤새지친 몸, 추위에 긴장된 근육, 무서움에 놀란 눈동자 들이 사르르

녹아진다.

암자 근처에 자리잡은 칠불암 마애석불을 마주보며 합장을 하고 두눈을 꼭 감고 간절한 기도를 올린다. 

따뜻한 아침햇살로 잠시 몸을 녹인후 보살님께 인사하고 남산쪽으로 가기 위해 바위를 타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