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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난 사람들

40년이 지난후 찾아온 동네 그러나...........[내가 만난 사람들 ⑥]



이민가서 성공한후 고향을 찾은 조할아버지...그러나...




내 가 조 * * 할아버지를 만난 때는 2009년 가을이다.
반년 남짓 지내온 백수생활을 마무리하고 복직을 위해 이리저리 바삐 뛰어 다닐때였다.
점심을 먹으로 자주가는 이대앞으로 간김에  캠퍼스내 서점에 들러 책 좀 보고 나오는데....
정문 근처에서 뭔가 계속 두리번 거리는 할아버지 한 분을 볼 수 있었다.카메라를  옆구리에 차고 다니는 습성이 몸에 밴 나로서는
걸어다면서도 무의식적으로 카메라를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한순간 나와 눈이 마주치면서 할아버지는 이미 나의 카메라를 주시하고 있었다.
뭔가를 계속 나에게 말을 할듯 말듯 하면서 망설이는 모습에  내가 먼저 말을 붙였다. " 누구를 찾으십니까"

머뭇머뭇 하시더니만 " 사진 찍는 분이십니까" 말씀을.....
나는 이렇게 말했다.  "요즈음은 직업이 아니고 취미로 카메라 갖고 다니는 사람들이 많읍니다. 저는 아마츄어 고요"

바로 나에게 말씀하셨다. 자신의 사진을 쫌 찍어 줄수 있느냐라고..
잠시후 이대 건물을 배경으로 바로 원~샷


사진을 보내 주기를 부탁하며 나에게 커피를 대접하겠다고 한다. 명함만 주시면 보내드린다고 몇 번을 말씀드렸지만 섭섭해서 안된다고  계속 커피를 싸준신다고 완고히 말씀하셔서 결국 우리는 이대앞 던킨도너츠 위층으로 가서 커피+케이크를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할아버지가 살았던 집은 이대정문앞 철길 바로 인근에 있었다고 한다.
그 당시 대부분이 그랫듯이 생활이 어려웠다. 결혼을 했으나 살기가 어려워  1960년 초에 호주로 이민을 감행했다.

호주에 도착해서 몸둥아리 하나를 밑천삼아 근면 성실히 일하셨다
차차 돈도 벌고 생활이 점점나아지면서 집도 마련했고 자식들을 호주에서 대학교를 졸업시켰다.

큰아들이 시드니에서 치과의사를 하고 있는데 시드니에서 가장 인기좋은 치과라고 말씀하실때에는
목소리에 힘이 있고  흥분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부모에겐 성공한 자식 자랑할 때가 가장 행복한 순간이 아닐까 ! 

그러나 몇년전  함께 해온 부인이 돌아 가셨다는 말을 할때는 왠지 씁쓸해보였으며, 이제  얼마를 살겠느냐며 창밖을 바라볼땐 나도 가슴이 찡해졌다.

아들은 살림을 나가 살고, 할아버지는 넓은 저택에 혼자 기거한다. 간혹 주말에 아들과 손자가 찾아올때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하루 하루를 보내고 계신다고 한다.

대전시에서 주최하는 체육행사에 우연히 참석할 기회가 있어 한국에 온김에 꼭 어릴때 뛰어놀던 이대앞을 가볼려고 만사뿌리리치고 달려왔다고 했다. 며칠 후 호주로 돌아 가면 아마 다시 이곳에 올 기회가 없음을 알고 계셨다.

이민 가기전 이대앞 철길옆에 오막살이 집들이 많았으며, 철도 건널목을 지키는 철도공무원 일본인(이름을 들었는데 기억안남)이 자기집에 놀러와서 친하게 지냈다는 옛날이야기와 완전히 변해버린 이대앞의 전경을 보고 어리둥절해 한참을 서 있었는 이유를 말해주었다.

내가 철길이 5년전쯤 복개되었고 현재 땅속에 덮여 있는 철길의 위치를 손으로 표시하고, 신촌역사의 위치를 정확히 설명해드리자 어릴때 살았던 자기집의 위치를 대충 파악하신 듯 했다.

이야기 하는 내내  몇번을 사진을 꼭 보내 주길 당부했다.............

왜 그리 사진한장에 신경을 쓰는지 내 나름대로 추정해본다.
수구초심이라 했던가! 지금 80고개를 넘어서서 고향을 그리는 할아버지의 마음은 이제 인생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자신의 어린시절 향수가 베인 이대앞에서의 "흑백사진 한장"을 자식에게 남겨주려고 하는 것은 아닐런지......




지난해 10월초부터 직장을 다니면서 정신없이 바빠서 충무로 암실을 갈 시간이 없었다.

사진을 시드니로 보내야 하는데......수없이 생각해 오면서 엄칫 3개월의 시간이 지나버렸다.

이래서는 안돼겠다싶어 지난 주말에 만사를 제치고  충무로를 찾아서 인화를 부탁했다. 그리고 오늘 그 인화물을 찾았다.

내가 직접인화 하지 못한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나와 함께 인화를 같이 하시는 암실 실장님이 하셨으니....

이제 다음주 월요일 우체국에서 시드니로 우편물 발송만 하면 된다.

약속이 늦어져 죄송한 맘 금할 수 없지만 조금이나마 양해해 주시길 바라면서

한장의 사진을 머나먼 이국땅으로 날려 보내련다. 소중한 사진으로 간직해주시길  기원하면서....

                                                                                                                                           - 2010년 추운겨울날 서대문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