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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Travel)/LADAKH

인도 라닥여행 ⑬ 여름궁전 스톡곰파(STOCK GONPA)


틱세곰파를 뒤로하고 레로 들어가는 길에 인더스강을 건너 풀반 황무지반 지대를 조금만  가면 스톡곰파에 이른다.

한때 19초에 라다크 지배 권력을 빼앗긴 쓸쓸한 왕조의  여름궁전으로 사용되었으나 현재는 라마교의 불도량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여행자들의 발길만

이 고요를 깨뜨릴 뿐이다.

곰파내 일부분을 개조하여 박물관으로 이용하고 있으며 무슨 연유인지 사진 촬영을 엄격히 통제해서 눈으로 기억하고 관리인의 눈을 피해 간혹

사진 몇 컷을 찍어보지만, 내부가 너무 어두워 화질이 많이 저하된다. 아무 외부세계로 알려지는 것을 바라지 않기에 그러지 않나 생각하며 사진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눈으로 기억해 본다.



   I 여름궁전의 옛 모습과 이곳에 살았던 왕가(王家 )의 단란한 가족사진 I




     I 여름궁전의  내부모습...실용적이면서 소박한 살림살이라 생각된다. I



 I 관광객들에게 공개하는 실내모습....궁전이라기보단 가정집 거실같이 단아하다. 틱세곰파에 있는 미륵상의 사진이 걸려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I



     방문 밖에  장식된 산양의 보습, 마치 궁궐에서 기르던 가축의 모습처럼 느껴진다.




부엌이 현대식으로 개조되어 있어서 짐짓 놀랐다. 요리를 하다 잠시쉬고 있는 ㅊㅈ의 모습을 담아본다. 사진 촬영에 협조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부엌에서 요리하는 모습을 보니 냉콩국수 한그릇이 그렇게 그리울수 없다..콩을 삶아 갈아서 만든 국물에 우뭇가사리 좀 넣고, 면 좀 넣고...짭짭...

햇살은 따가웠으나 곰파건물이 그늘을 만들어 주기에  잠시나마 편안히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함께간 여행자들과 담소를 나누며 한가한 시간을
 
보내본다.

곰파 마당에서 레방향으로 바라본다. 인적이라고는 보이지 않는다. 저멀리 인더스강 주변에  형성된 녹색은 삶의 희망이요 젖줄임을 깨닫는다.

라닥에 있는 내내 황량한 산맥은 나에게 무한한 동경심과 트래킹에 대한 욕심을 증폭시켜준다.

물질문명에 대한 거부감을 가져다 주기도 한다. 시간이 이대로 멈추길 바라는 이기적인 생각도 가져다 준다. 내가 돌아가야 될 서울을 포기하라고

소근거리기도 한다.

황량한 산맥들과 불모지 골짜기에 칩거하여 수도승으로 살아가고 싶은 맘은 끝내 물질물명에 지친 푸념의 찌꺼기 밖에  되지 않았음을 인정할 수

밖에 없다. 나는 비겁자다. 나는 용기도 없다. 나는 미래의 불확성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푸른녹음과 맑은 시냇물이 흐르는 금수강산에서 호사스러운 삶을 살아가고픈 바램이 내 골속깊숙이 단단하게 잠재되어 있음을 이 곳에서 훤히

볼 수 있구나

나는 머지않아  라닥을 떠날 것이다. 그리고 수도라기보다는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또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이다.

나는 라다키들의 진정한 기쁨과 슬픔, 미소, 웃음,바램,사랑과 미움 등을 끝내 알지 못할 것이다.

나는 무거운 클래식 사진기를 항상 끼고 다니지만 피상적인 모습만을 찍어낼수 없을 것이다.  살아있는 사진을 찍을 자신과 능력이 없다. 

물질문명을 싫어하지만 버릴순 없고 라닥에 남아서 이 곳의 삶속에 들어가서 내 자신이 원하는 사진을 찍고 싶은 욕심만 갖고 있지 정작

이들의 삶속에 들어가기를 두려워 하고 있는 것이다. 경제적인 능력부족과 가족들의 반대....등등을 이리저리 핑계삼아 가며  물질문명의 호사스러움에

서 떨어져 나오지 않으려고  발버둥 쳐댈 것이다.

이것이 내 자신의 한계이기 때문이다.

비싼 필름 낭비해가며 달력사진이나 찍어갈지라도 사진의 가치를 몰라 준다고 세상을 비판하며 투덜거리지는 말았으면 하는 심정을 단단히 하여

라닥을 떠났으면 싶다.



    
    Leh-Ladakh, INDIA
      august,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