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이 이별을 감추고 있다면
기쁨은 또 슬픔을 감추고 있습니다.
내 가슴이 사무치는 건 결코 당신이 떠났기 때문이 아닙니다.
모든 만남이 마침내 다다르고 마는 이별보다 나는
이별 뒤에 찾아올 망각을 아파하는 것입니다.
아, 내가 까맣게 잊어버리고야 말 당신은 이제 허공의 전설처럼 사라지고 없습니다.
당신이 떠난 뒤의 나를 나는 알 수가 없습니다.
사실은 아무 것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없습니다.
떨어지는 저 나뭇잎 한 장의 의미도 우리가 아는 것은 없습니다.
만남이 이별을 감추고 있다면
희망은 또 상처 속에 숨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이별보다 아픈 건 망각이라 스스로를 베면서도 나는 또
이 세상 어딘가에 나를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을 생각합니다.
- from "아직도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에게"-김재진 시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