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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흔적/사진글

화려한 외출 그러나 초라한 귀가


새벽에 눈을 뜬다. 옷을 차려입고 졸음에 취해 서울역으로 간다. 다시 지하철을 타고 졸면서 간다.

이 반복동작을 5번 하면 하루를 쉴 수 있다...............반복..........반복..........반복........시계붕알처럼 ..........반복

15년전부터 그만 두어야지 하면서 아직도 하고 있다. 앞으로 얼마를 더할 지는 귀신도 모른다.

간만에 쉬는 토요일! 비록하루지만 간만에 자유를 찾았다. 화려한 외출을 시작한다.

우선 밀린 필름을 현상과 인화작업을 위해 충무로에 있는 암실을 찾아간다.

너무 오래간만인지 못 본 사람들도 몇명씩 있다.  모두들 새참을 먹고 있다 막걸리에, 돼지고기 전까지...나도 한 젓가락 얻어 먹어본다.




 벽에 덕지 덕지 붙여 놓은 흑백사진들은 예전처럼 자기자리를 잘 지키고 있다.  무척이나 반가운 따뜻한 사진들을 둘러본다.

암실에 못 온지가 6개월 남짓 되었지만 엄청난 세월을 건너 과거로 온 것처럼 느껴진다.



나를 기다리고 있는 롤(ROLL)들.....나의 손길과 새로운 필름을 기다리고 있구나




오래간만에 맡아보는 현상액 냄새(일명 D-76 냄새)....................


저녘무렵이 되어서야 집으로 귀가를 해본다.

너무 발길이 뜸했던 중앙카메라에도 들러본다..문을 들어설때부터 와인더 가는소리와 손님들의 즐거운 대화소리가 들린다.

지긋한 눈빛으로 맞이해주시는 김학원 사장님.......이시대의 마지막 장인(http://free-traveler.tistory.com/65)

모두들 내일 새벽출사 가는 계획으로 분주하다. 나만 왕따당한 기분이다.

따라가고 싶지만, 노비문서를 떠올리면 의욕이 꺽인다. "시내나 돌면서 몇컷해야지 "하면서 힘없는 나를 달래본다.

잠시후 인사동으로 가기위해 길을 나선다. 아쉬운 인사를 나누고 돌아오는 발걸음이 왜 이다지도 무거운지.......

작년 여름에만 해도 여기서 내 영혼의 자유를 찾아가는 떠나는 여행을 계획하고 입에 침을 튀겨가면서 자랑하곤 했었는데......

장기출사를 위해 수리되고 있는 내 카메라를 보면서 한 없이는 기쁨에 취했던 그날들도 벌써 아득하구나!

벌써 나는 객체가 되어 버렸구나...그 놈의  더러운 노비문서!

어금니 터지도록 꽉물고 빨리 돈벌어 노비문서를 빨리 끝장내려고 다짐해 보지만, 갈수록 의지가 약해짐을 느낄수 있다. 어쩌면 의지가 아니라

희망이 약해지는 것일지도 모르지..........

화려한 외출이었지만 귀가는 초라했다.




      수리를 기다리는 "렌즈" 들.............. 내 마음만큼이나 복잡하게 어지렵혀져 있다.

                                                                                                                            - 충무로 중앙카메라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