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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Travel)/VIETNAM

베트남여행① 땀꼽에 흐르는 땀방울


2004년 추석을 전후하여 하롱베이로 도피성 여행을 다녀왔다. 지난날의 사진과 네이버 블로그에 수록된 글을 짜집기 하여

요약해 정리해 본다.                   <도망길 : 인천 → 하노이 → 땀꼽 → 하롱베이 → 인천>




                                                                                                                                                                         l 2004. 9월 하노이시에서 ㅣ

2004년 추석 즈음 나는 인생의 고민과 좌절로 시달리고 있었다. 귀성객들이 선물꾸러미를 들고 서울역으로 모여들때 나는 이미

하노이 상공을 날고 있었다.

수년이 지난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 걸 뭘 그리 힘들게 고민했었는지....ㅎㅎ 웃음이 나오지만 그당시 하롱베이로 도망간

것은  최적의 판단이라 생각했다.

하노이 시내 호텔에 짐을 풀고 주변을 이리저리 돌아다녀 보았다. 아오자이 입은 처녀들, 나팔바지 차림에 얼굴을 수건으로 가리

고 삿갓모자를 쓴 아가씨들............사진으로만 봐왔던 그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

하노이 시내는 오토바이가 도로를 꽉메우고 있었다. 사방팔방 둘러봐도 오토바이 밖에 보이지 않으며 우왕좌왕 무질서하게

떼지어 몰려 다니는데도
 서로간에 접촉사고충돌하지 않는 것이 신기할 뿐이다. 이모습을 보노라면 겨울철 시베리아로 날아가는
 
엄청난 규모의 철새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나팔바지에 삿갓을 눌러쓰고 신나게 달리는 아가씨들이 왜그리 멋있던지/....

하루동안 본 오토바이가 지금껏 살아오면서 본 오토바이 숫자 보다 훨 많을 것이다. 차선을 지키지 않고 이리저리 빠져나가는

라이딩 수준이 놀랄 지경이다. 

 

하노이를 떠나 2시간(약100 km ) 정도 가서 닌빈(Ninh Binh) 닌하이 마을(Ninh Hai village)에 있는 "땀꼽(Tam Coc)" 이라는 곳에

도착했다.  논에서 일하는 아낙네들이 보이는 한적한 시골마을로 매우 평화로워 보인다. 

 "땀꼽"은 세개의 동굴을 뜻하며 응오동강을 따라 배를 타고 올라가면 논과 강을 배경으로 겹겹이 나타나는 매력적인 석회암

지형을 구경할 수 있으며 하롱베이와 분위기가 비슷하여 "육지의 하롱베이"로 불리곤 한다.

이동하기 위해서는 대나무로 만든 "삼판배"를 타야하며, 배 하나에 1~2명이 탈 수 있으며 이곳에서 농사를 짓는  현지 아낙네들

이 배를 
저어서 부수입을 챙기고 있다. 노동이 힘이 들어서인지 미리 생계수단을 가르키기 위한 것인지 일부는  어린(?) 딸을

데리고 다니며 교대로 노를 젓는다.

 l 닌하이 마을에서 삼판배를 타고 응오동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l leica R6.2+SUMMILUX 50mm
l



 l 강을 올라가면 서서히 석회암 지형이 겹겹히 나타나기 시작한다. l


내가  놀란 것은 두손으로 노를 저어 한참을 가다가 힘이들면 발로써 노를 저어 나가는 것이었다.손으로/발로/ 손으로/발로....

그래도 힘이 부치면 딸에게 노를 교대하여 생계수단을  전수한다./ 정 많은 한국사람 대부분은 따지지도 않고 딸의 몫으로 팁을

줘버리기에 배삯에 대한 실랑이가 잃어나지 않는다.

배를 타고 강을 거슬러 올라갈수록 주변경치는 점점 아름다워진다. 갈대숲과 석회암들이 어우러진 가을풍광은 멀리를 달려온

여행자들의 마음을 빼앗는다.

 l 종착지에 차려진 수상가게 l 열대과일과 콜라를 판매한다 l


 

종점에 거의 도착했을 때 온몸에 땀방울이 맺힌 아주머니는 뭔가 제수츄어를 자꾸만 보인다. 말을 알아 듣지 못해 어리둥하자

배위에 차려진 상점에 삐죽이 나와 있는 콜라를 가르킨다. 삿갓 모자를 벗자 이마에 송글 송글 맺힌 땀방울, 푹 들어간 눈, 바삭

마른 입술을 볼 수 있었다. 힘들어 하는 모습에 미안한 맘도 들어 콜라를 2개 싸서 아주머니와 딸에게 나눠준다.

어디에나 모성애는 대단한 법/ 그렇게도 목이 마를것 같은데 먹지 않고 기어이 딸에게 1병을 먹이고 한병을 챙겨간다.

제법 먼거리를 달려왔으나 돌아가는 길은 물의 흐름과 같기에 크게 힘들지는 않을 것 같구나. 이마에 흐른 땀을 닦은 후 모녀는

뱃머리를 돌려서 노를 젓기 시작한다. 이제 제법 경계심이 풀렸는지 나에게 말도 걸어보고 딸과 얘기도 나눈다.

이들이 힘들여 버는 돈이 살림살이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어 주길 바라며 교대로 노젓는 모녀의 모습을 지켜보는 사이 배는

어느듯 갈대지대를 빠져나와 마을 입구쪽으로 다가간다. 이제 잠깐동안의 인연이 끝날때가 된것 같다.


 l 곧선착장에 도착한다.l 어머니를 돕기 위해 어린소녀도 조금 거든다.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