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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Travel)/kham

동티벳/캄지역 여행④ 리탕에서는 모두가 부처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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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탕(理塘) 을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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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탕(理塘, Litang)

리탕은 티벳어로 「평평한 초원」 뜻한다.  아마 주변으로 평평한 대초원이 끝없이 펼쳐져 있기에 붙여진 이름일 것이다.

해발 4,014m로써 사람이 살아가는 마을중에서는 세계에서 가장높은 곳으로 자리매김한다.  스촨성 청두에서 티벳의 라싸까지
이어진 도로가  마을을 가로지르고 있어, 청두/운남/티벳까지 가는 버스를 여기서 탈 수 있다.


거리는 넓고  양가에 재래시장이 자리잡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붐빈다. 동네 어귀엔 야크시장이 자리잡고 있으며 이곳에 자라는 야크들의 매매가 이루어진다.

초원에 한가로이 노니는 야크의 운명이  다른 초원으로 갈지/도축장으로 갈지 양자택일이 여기서 이루어지는 쓸쓸한 곳이다.
 
해마다 8월1일이면 형형색색으로 치장한 말과 전통복장의 티벳탄들이 어루러 지는 말축제(騎馬節)가  화려하게 펼쳐져서 많은 
사람들로 붐빈다. 그러나  추운 겨울에는 찾아오는 사람을 찾아보기 힘든 곳이다.


따오청에서 일찍 길을 나선다.

리탕에 호기심과  쌍뚜이 마을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컨디션이 좋다.

짚차는 바람을 가르며 들판을 가로질러 달리고, 차창가로 보이는 초원의 가을 정취는 아름답다. 들판에 일하는 현지인들, 간혹 손을

흔들어 주는 어린이들......

끝없이 펼쳐진 초지는 황금색으로 변해가고 야크떼들은 옹기조여 모여 한가로이 노닐고 있다.

하침 햇살이 등뒤로 내리쬐어 주어 따스하기만 하도다..한참을 달리다 보니 돌산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I 고요에 잠든 돌산 I 리탕으로 가는길에 I Rolleiflex 3.5E I 2009.9월 I



저 넓은 초원위에 큼직한 돌들이 수없이 흩어져 있다. 이 많은 돌들이 어디서 왔을까.? 어떤 지각변동으로 이 돌들이 초원이 이렇게

생뚱맞게 자리 잡고 있을까?


여행자들을 태운 짚차와 빵차들이 간간히 지나가며 우리를 향해 손을 흔들어 주고, 돌산을 사진기에 담기도 한다.



초원을 여유롭게 쉬엄 쉬엄 달리면서 맡아 보는 풀냄새와 가을 공기는 뒤죽박죽 엉킨 나의 머리속을 시원하게 해준다.

허파가 펑 터질정도로 시원한 공기를 이빠이 들이켜 본다.  컨디션이 좋아서인지 해발 4,000m 가까이 다가섰는데도 두통이 찾아오지

않는다. 나와 길벗들 모두가 고산에 완전히 적응한 것 같다.

여유롭게 사진도 찍고, 얘기도 하고, 담배도 피고........현지인들을 만나 얘기도 하고.....

점심때쯤 되어서야 리탕에 도착한다. 도착하자 마자 모두들  식사부터 챙긴나머지 현지식당에서 만두, 뚝바를 먹을 수 있었다.

한국 여행자들이 남긴 포스트잇 식당정문 게시판에 덕지 덕지 붙어 있고, 현지인과 기념사진도 군데 군데 보인다.

점심을 먹고 리탕현의 거리와 리탕사원(理塘寺) 으로 발걸음을 옮겨본다.

I 티벳사원내부에는 행사를 위해 준비되어 있다.I 理塘寺 I

 



 I 행사의 흥을 돋우는 것인지 간간히 긴 나팔 소리를 낸다.I


I 어린 승려들도 행사에 자기 몫을 해낸다. I 여행자들이 카메라에 의식하지 않으려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I


행사가 진행되자 많은 주민들이 모여들고 각자의 바램을 기원하며 절을 하기도 하고, 아이들에게 설명도 하고 구경도 한다.

이들의 표정은 상당히 고무되어 있고 즐거움에 가득차 있다.


I 기원하는 티벳탄들 이웃사람들과 안부도 전하고, 담소하는  티벳탄들 I

I 행사장에서 눈길을 많이 끄는 가면무사...아마 잡신의 접근을 막는 호위무사가 아닐까? I

행사 도중 인근에 풀어 놓은 송아지들도 참석하러 온다. 어슬렁 거리며 행사장내를 활보해도 누구도 이를 제지하지 않고 그대로

둔다. 이들에게는 송아지, 야크, 양떼 .....모두가 함께 살아가는 동료일 것이다. 경직되지 않고 자연스러운 행사, 동물들까지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티벳탄의 문화에 고개가 숙여진다.



사원내에서 행해지는 행사는 절정을 이루며 끝을 내고 잠시 휴식시간이 찾아든다. 잠시 후 사원밖에서 이루어 질 행사를 위해 어린

승려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이곳 주민들은 담벼락끝에 앉아 햇볕을 피해가면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며 즐거운 휴식을 취하고 있다.

외부에 자신의 존재가 드러남에 대한 두려움인가? 순진한 어린 소녀의 두근거림인 아직도 남아있어서 일까?  할머니들은 카메라를

보면 얼굴을 가려버리고 손짓으로 사진찍기를 그만하라는 제스츄어를 전달한다.

 

♧ 휴~우 힘들다. ♧



I 잠시 휴식을 취하는 주민들, 카메라를 상당히 꺼려하여 얼굴을 가리면서도 싫은 말은 하지 못하는 순박한 할머니 I


그러나 인간의 생활은 항상 반대개념이 존재한다. 자라나는 어린이들은 외부세계에 대한 두려움을 걷어내고 당당하게 맞이한다.

개방과 전통보존의 길목에 서 있는 티벳탄들의 생각도 두갈래로 나뉠 것이다.

어린이들은 외부세계에 대한 경외심과 호기심을 표시한다. 디지털 카메라, 짚차를 관심있게 쳐다보는 어린들에 의해 이 곳 캄지역도

머지 않아 개방의 물결이 급물결을 탈 것이다.  디지털카메랴, 컴퓨터, 전자오락이 어린이 들의 생활을 지배할 것이며 한류드라마가 

이 곳 안방을 차지 할 것이다.

문명의 편리함속에 머지 않아 소중했던 티벳문화가 하나둘 소멸해갈 것을 생각하니 씁쓸함이 가슴에 자리잡는다.

I 외부문물을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외부세계로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는 자신감에 찬 티벳탄 소녀 I 

 



시간이 갈수록 많은 사람들이 운집한다. 이 작은 도시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있을줄 누가 알까?

전통음악이 울려퍼지며, 북소리도 들리며 마을전체가 축제분위기에 휩쌓인다. 길을 가던 사람들도 하나 둘 모여든다.

수많은 승려들이 사원밖으로 이동하며 마을 주민들이 주변으로 에워싼다.


I 이제 사바세계에서 속세로 중생들을 구제하러 가는 것일까? 긴행령을 지어서사찰을 나선다. I

 



 
I
바깥에서 구경하는 동네 주민들, 불교행사에 많은 관심과 참여를 보인다. I
I 담벼락에 덕지덕지 붙여 놓은 야크똥은 땔감이 없는 이곳에서 겨울을 나기위한 삶의 지혜일 것이다. I

 



I
뭔가를 열심히 기원하는 할머니를 필름으로 기억해본다...흔쾌한 허락을 구하고서 I


긴 행렬 의식, 설법......등이 끝난다. 숭고한 이들의 법회의식은 모든 것을 태워버리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아마 인간의 삶도 결국 화장으로 끝이 나듯이 불속에 모든 것을 태워버림으로써 마음을 비우는 것이 아닐런지?


3시간 정도의 기나긴 대법회는 끝이 나고 주민들도 하나 둘씩 집으로 발길을 돌린다.

손에 마니차를 돌리면서 다정히 귀가하는 이들의 모습에서 믿음이 이들의 삶에 얼마나 큰 에너지를 제공하는지를 다시금 실감할

수 있다.

I 동네 아이들은 구경거리가 사라져 아쉬움이 남는지 뛰고 구르면서 어린마음을 달래는 것 같다. I

I 행사는 끝이나고 주민들은 마니차를 돌리면서 귀가한다. 그리고 조용히 중얼거린다 옴메니반메훔......I


이제 음악소리도 북소리도 잠들고 고요함이 찾아든다. 혼자서 중얼거리는 염불소리만이 내 귓가에 크게 들려오고 티벳탄 할머니들

손위로 구르는 염주알만이 내 동공에 사로  잡힌다.

나도 모르게 취해서 옴마니반메훔을 중얼거리며 고향에 계신 노모와 형제들의 안녕을 기원해 본다.

이제 모두가 자신이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1년에 한번 열리는 대법회를 도착하는 당일 바로 볼 수 있었던 것은  우리들에게 큰 행운이었다. 노는 복은 좋은 것 같다.

현지 재래시장과 동네를 어슬렁거리며 구경하고, 저녘을 먹고 잠이 든다. 리탕초원을 넘어 금사강까지 먼 일정을 꿈꾸면서......

                                                                                                                         >>>>>>>>>>>>>>>> [5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