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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흔적/사진글

어머니~ 오늘따라 앞산에 구름이 친구같읍니다.



어머니! 이제 그만 긴 꿈에서 깨어나고 싶읍니다.

오늘 따라 앞산으로 지나다니는 구름이 친구처럼 느껴집니다.

이젠 포탄소리도 따발총 소리도 멈추었읍니다. 고향의 땅과 하늘을 시끄럽게 했던 6.25전쟁도 멈춰선지 60년의 세월이 지나고 있읍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 보다도 더 무서운 배고픔을 참지 못해

인민군 저격수의 총부리를 피해다니며 미나리깡을 찾아 다니던 남자도 이젠 멀리 가고 우리를 찾아오지 않읍니다.

위장이 상하고 뚫어져도 매눈깔을 부라리며 하루하루 목숨을  소총한자루에 지탱하였으나

한번 발목에 조인 족쇄는 쉽게 풀어지지 않았지요.

전쟁이 끊이나니 가난이란 족쇄로 바뀌어 대를 물릴 처지에 빠진 심정이 어떠한지 이제는 조금이나마 이해가 됩니다.

털어도 털어내도 따라 다니는 갈구 같은 노비문서는 쉽게 사람을 놓아주지 않읍니다.

정신적인 고통과 가족 간 불화, 이별, 좌절로 인한 뼈아픈 고통 등 인간의 내면적 아픔을 전염시키면서 내성을 키워나갑니다.

누가 죽던 한번은 사생결단을 내야할  기회는 그리 쉽게 다가오지 않읍니다.

분노가 차오르면  숨어버리고 감성이 나약해질 때  기습을 할 것입니다.

다음세대에서는 반드시 노비문서를 불살릴 수 있을 거라고 생미나리로 배를 채우면서 울부짖던 분의 바램을 이루어 드리기가 쉽지

않을 듯 합니다.


하루 하루가 더 갈수록 인생이란 게 그리 녹녹하지 않다는 것이 더 깊게 각인되어 갈 뿐입니다.

도와주지 않고 관망만 하는 하늘을 원망할 정도로 자존심을 팔고 싶지는 않읍니다.

오늘 따라  토암산을 넘어 반월성을 지나 남산위로 떠다니며 방랑하는 구름이 왠지 나의 구원자라는 착각이 듭니다. 어머니

산위에 머물러 잠시나마 분노를 삭일수 있도록 시선을 끌어 주는 구름이 친구처럼 느켜집니다.

떨어지는 빗방울이 구름에서 생겨나와 시냇물이 되어 산천을 누비며 바다로 흘러 가듯이 우리도 노비가 아닌 주인으로써

살아갈 수 있는 날이 반드시
올것이란 믿음을 남기면서 울분의 찌꺼기를 토해버립니다.

                                -6.25때 고생하신 분을 떠올리며 다가오는 보이지 않는 질긴 족쇄를 거부하고 싶은 이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