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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흔적/사진글

영남대학교_시간여행

2012년 대구 사진비엔날레에 가기위해 대구로 가는 날이다.

몇 년 만에 대구에 가는 길이기에 기왕이면  간혹 가슴속에 파동을 일어키는 나의 모교 영남대학교에 가보기로하고 새벽 기차를 탔다.

2시간쯤 지났을까 아침 8시가 안되어 동대구역에 도착, 해장국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경산행 버스를 탔다.

예전에 1번 버스가 9**번으로 바뀌었지만, 가는 코스는 그대로인 듯 하다.

 

남부터미널부터 경산까지 길이 너무 많이 바뀌어 도저히 예전의 모습을 기억할 수 없다.

그러나, 경산시내로 들어서자 눈에 익은 시가지가 간혹 스쳐 지나간다.

츄리닝을 입고 시내를 쏘다니던 친구들 얼굴이 눈에 선하다.

 

전두환정권시절 쵀루탄연기에 눈물 콧물 다쏟아내며 도망다녔던 캠퍼스내 오솔길, 학교앞 뒷골목도 눈에 선하다

눈을 감으면 그 당시 화염병의 치솟는 불길과 캠퍼스내로 날아드는 채류탄 분말가루....얼굴을 수건으로 가린 학생들,  무더운 여름에 두꺼운

대모진압복을 입고 뛰어다니던 전경들......모두가 아련하게 뜨오른다.

 

졸업하고선 샐러리맨의 길 대신 사업의 길을 선택하여 지금은 경주에서 큰 식당을 운영하는 룸메이트, 울산에서 체인점으로 돈 많이 벌고 있는 동호, 울산에서 월급쟁이 하면서 여전히 술에 찌들려 사는 내 방졸.......

군제대후 복학하여 열심히 공부도 해보았다.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이다 취직걱정으로 가슴이 답답할 때면 혼자 거닐곤 했던 연못은 그대로 남아 있고, 연잎이 한들 한들 바람에 흔날리며 나를 반기는 것 같다.

함께 거닐었던 많은 얼굴들이 가물 가물거린다.

두꺼운 안경을 끼고 긴머리에 미니스커트를 좋아했던 후배도....

당구와 소주를 좋아했던 친구들도.....

 

I BIGON 53mm, provia 100  I

 

 

 

 

 

앉아서 재잘거리던 벤치는 주인을 잃고 외로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쌀쌀해지던 가을날 집에가기전에 혼자 거닐곤 했던 그 소나무 숲길도 그대로 있고

 

 

 

나에게 죽을 때 까지도 잊지 못할 아픈 추억이 남겨진 중앙도서관앞 공원에는 붉은 단풍이 물들어 가고 있고, 인근 여고생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중앙도서관앞 벤치에 앉아서 담배 한 개피를 피우면서 졸업을 몇 개월 앞둔 불안했던 그때를 생각해본다. 뭔가 불안했던 그 시절, 돌이킬 수 없는 잘못된 생각으로 내 인생이 이렇게 송두리째 바꿔져 버린 것 같아 가슴이 너무 따갑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아픔은 지워지지 않는구나.....이제 돌아갈 수 없는 그 시절을 아쉬어 하며 대구로 가기위해 버스를 타러 무의식적으로 예전의 75번 종점으로 걸어가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예전의 기억을 더듬어 75번 종점뒤 골목길로 들어서서 졸업 후 몇 년간 간혹 찾아가 서성거렸던 양옥집을 찾았으나 보이지 않는다.

빌라, 원룸 건물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지하철로 발길을 옮기면서 몇 번이나 뒤돌아 보았으나, 공사중인 포크레인 소리만 들려올 뿐이다.

 

이제 먼 시간여행을 끝내고 나의 자리로 돌아간다. 이제 다시는 경산땅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을 다짐하면서....